제44회 영추포럼(110825) 후기: 건축가 양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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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구를 만나기 전 강의개요를 보고 작업의 기반이 되는 에테르 쉽(ether ship)이라는 개념에 관심이 갔다. 에테르 쉽은 고대인들이 우주를 나는 날개 달린 배를 상상하며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그가 이 개념을 작업에 어떻게 연결하고 있는가에 눈길이 갔다. 기본적으로 건축은 구축을 통해 그 과정이 완결되는 것인데 에테르 쉽이라는 개념은 그가 말했듯이 ‘시작부터가 물질화되지 않는 상상’이다. 현실적인 구축과 이상적인 개념 사이에서 그가 어떻게 에테르 쉽의 노를 젓고 있는지 궁금했다.
먼저 양성구는 어떻게 사회와 정치의 문제들을 받아들이며 장소의 가치를 높이는 건축을 제안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그중에서도 사막 동물원과 새만금 관련프로젝트는 흥미로웠다.
사막의 동물원 제안에서 상상력이 상식을 벗어나 자유롭게 뻗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동물을 가두는 기존의 동물원 개념이 아니라 사막에 동물들이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 동물들이 자유롭게 찾아와 만들어지는 환경친화적 동물원이었다.
양성구는 유네스코와 세계건축가협회 주관 국제공모전에서 새만금에 대한 제안을 통해 대상을 받은 적이 있다. 새만금은 자연환경 보전과 개발 사이에 정치적 문제가 개입된 사업이었다. 그는 여기에 대해 친환경적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이미 막혀 있는 둑을 일정 간격으로 뚫어 물을 갯벌 안으로 유입시켜 갯벌을 살리면서 도시를 건설하는 절충안이었다.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새만금 사업 취소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현실 속에서는 구축될 수 없는 안타까운 프로젝트였다.
건물 자체의 독립적인 디자인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들도 흥미로웠다. 패션지 보그를 위한 제안이나 물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보여준 패션디자이너 우영미를 위한 런웨이는 건축의 견고함을 패션이라는 장르에 다르게 적용해 자유로운 자세로 풀어 보여준 경우였다.
건축디자인비엔날레에서 전시했던 소쇄원의 광풍각 프로젝트에서는 시냇물, 대나무, 사람들이 내는 소리의 느낌을 끌어와 ‘대화’라는 주제로 풀어내 재미있게 공간을 탐험하는 자세를 살펴볼 수 있었다. 건축가는 다른 예술가와는 달리 현상을 직관적인 감성과 구조화된 이성을 종합해서 보여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도시가 어떻게 기능을 할까?’라는 주제는 그가 하버드 건축대학원에서 연구했던 주제와 맞닿는 부분이라고 한다. 도시가 커지면 밖으로 내 보낼 수밖에 없는 생산적인 공간을 어떻게 도시 중심으로 끌어 들여와 현실과 문제없이 어우러져 돌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만약 생활하수 처리 공간이 도시 안에서 생산적인 공간으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동시에 사람들에게 쾌적한 환경까지 접할 수 있게 해준다면 미래의 도시는 훨씬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번 포럼을 통해 양성구가 상상 속의 계획안과 생각을 다양한 작업으로 연결해 의미를 얻고 있는 과정을 보았다. 현실과 이상은 언제나 맞물려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현실은 이상을 바탕으로 변화될 수 있고, 이상은 현실화시킬 수 있을 때 의미가 있을 것이다. 참석자의 첫 번째 질문도 앞으로 그가 현실에서 어떻게 구축 세계를 펼칠지에 대한 것이었다. 황두진 소장은 포럼을 마치는 마지막 인사에서 건축가로서 ‘어떻게 대중이 아닌 동료를 감탄시킬 수 있는가?’를 강조하며 양성구에 대한 많은 기대를 드러냈다. 머지않은 미래에 건축가 양성구의 이상적인 생각들이 같은 건축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홍수영, 황두진건축 오피스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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