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jin Hwang Architects

우리에게 북한은 뉴스의 타이틀로 장식되거나,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국지도발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공공의 적과 같은 존재로 인식됐다. 2000년대 이후 정권의 교체에 따라 관계개선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있었지만, 여전히 그 미래는 불투명하고 불완전한 상태이다. 정치적, 군사적으로 여전히 적대적인 상태에서 민간분야의 노력으로는 고 정주영 회장의 소떼 방북과 금강산 관광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될 뿐이다.

우리에게 북한과의 민간 교류는 마치 아무런 정보도 없이 정글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대담한 용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조영서 국제관계학 박사님의 <경제특구를 통한 남북경제협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다. 북한을 적대적인 국가가 아닌 대한민국의 신성장을 위한 동력원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대한민국의 과거가 아닌 미래를 바라보는 인식전환의 계기가 되는 시간이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였던 ‘한강의 기적’은 이제 21세기의 시대정신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제한된 토지와 인적자원으로 더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는 말씀으로 포럼은 시작되었다.  

조영서 박사님은 특히 북한의 지하자원과 노동력 그리고 대한민국의 역동성과 창조성을 결합하여야 함을 강조하셨다. 그러면서, 남포와 원산을 경제특구로 지정해 남북한 경제협력을 이어가야 함을 직접 작성하신 [남포 경제특구 개발계획도]를 통해 보여주셨다. 대동강에서 평양으로 이어지는 물길과 청년영웅 고속도로를 바탕으로 한 마스터플랜은 건축과 도시를 늘 바라보는 건축가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대동강과 서해로의 접근성, 평양과 1시간 이내로 출퇴근이 가능한 남포 경제특구로서의 가능성은 개성공단과 같은 ‘섬 개발방식’ 아닌 북한의 다른 지역과 네트워크를 이루는 좀 더 진화된 차원의 방식이었다.  

남포 경제특구 개발계획은 북한의 도시조직과 지형에 대해 무관심해 왔던 건축가에게 지속가능한 도시 및 건축계획은 어떠한 방식이어야 하는지를 고민해 볼 좋은 기회가 되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가까운 미래에 대한민국 전체의 도시와 건축에 대해 북한의 건축가와 협력하며 작업할 시기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효율성과 효용성만을 우선시하는 압축적인 도시개발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달콤한 열매를 맛보기도 했지만, 폐단 또한 몸소 체험하고 있다. 새롭게 계획되거나 가꾸어 나가야 할 북한의 도시와 건축은 대한민국이 겪었던 압축적 성장을 넘어서는 지속가능한 방식이어야 함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방식에 건축가가 좀 더 목소리를 내고 선두에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영서 박사님을 모시고 진행한 올해 마지막 영추포럼은 [경협통일] 성취라는 선언적 말씀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청중들이 생각하는 다양한 북한 도시의 모습과 상상들을 공유하며, 우리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치적, 군사적인 적대적인 관계를 벗어나 이 땅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 나갈 수 있는 동반자로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글 황두진건축 전재영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