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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회 영추포럼(130110) 후기: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안창모

2013 01 25
이번 포럼을 포함한 올해의 영추포럼은 ‘우리’인지 ‘남’인지, ‘동지’인지 ‘적’인지 항상 헷갈리는 대상, 북한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릴 적 나에게 북한은 손잡고 같이 올림픽 입장하는 동지였고, 쌀이고 자동차고 퍼줘야 하고 옥수수 죽을 즐겨 먹는 불쌍한 친구였고, 서해안에서 잦은 시비를 거는 도발적인 대상이기도 했다. 군대에 가니 우리의 주적이라 했고, 전역해 돌아오니 손을 잡고 잘해보자고 약속하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 사회는 나에게 북한은 어떤 대상이라고 끊임없이 다른 얘기들을 해주었고, 나는 그 이야기들을 거르지 않고 그들을 보는 색깔로 입혔던 듯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대로 북한을 볼 방법이 없었고, 또 제대로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북한의 건축과 도시를 주제로 한 올해 영추포럼은 북한은 나에게,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를 알아보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 첫 강연이었던 안창모 교수님이 풀어놓으신 평양의 건축과 도시에 관한 이야기는 올 한해 영추포럼의 문을 열기 적절한 이야기였다. 직접 찍어 오신 평양의 사진들과 평양이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얽힌 다양한 층위의 역사적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들, 조금 더 들여다보았으면 고개를 끄덕거렸을 이야기들이 나에게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여러 겹의 색안경을 꼈었는지, 슬라이드 한장 한장에서 깨우침의 희열과 동시에 그 동안의 배움에 대한 배신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평양의 이미지는 카키색 군복을 입은 수천 명의 군인이 공산주의 국가 특유의 발걸음으로 행군하며 그들의 국가 주석에게 경례하는 장면으로 귀결되었다. 정작 그들이 행군하는 광장의 중앙에 시민을 위한 도서관이 있고, 그 주위를 미술관, 박물관이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 채. 우리의 세종로 광장이 대기업의 빌딩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어쩌면 자본주의 국가인 우리와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의 수도가 가지는 당연한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도시와 건축은 사회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 준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같이 생산하여 나누어 쓰는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한 국가의 수도로 평양을 바라보니 이보다 더 흥미로울 수는 없었다. 지역지구마다 하나의 완성된 생활권을 가진다. 생활의 많은 부분을 공공의 차원에서 해결한다. 공산의 개념과 전쟁의 경험으로 땅을 빽빽하게 채우지 않고, 그렇게 비워진 공간은 녹지로 채워진다. 공공건물이 훨씬 더 화려하고, 신경 써서 완성되었고, 그러면서도 옆 건물 보다 튀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만큼 경쟁이 요구되는 곳이 아니기에 그렇다.

건물 디자인은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안착하였다. 현대의 박스 건물들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쓰던 디자인 어휘들이 사용되었다. 기와지붕을 얹은 콘크리트 건물들이 해방 이후 평양에 지어져 왔다. 시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동시에 쉽게 선동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배불리 먹게 된 다음에야 전통을 찾기 시작한 우리보다 훨씬 먼저 전통에 대한 실험들이 있었고, 그런 측면에서는 우리가 도달하지 못한 완성도 있는 건물들이 지어졌다.

우리는 자본주의의 길을 선택했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적인 행보를 걸어왔기에, 공산주의를 부정하며 나쁜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여전히 안보를 위해서 경계해야 할 대상이지만, 이제는 다른 시스템을 가진 나라 정도로 객관적으로 바라봐도 좋지 않을까? 이번 영추포럼에서 평양의 모든 면을 봤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자신도 모르게 쓰고 있는 색안경을 벗고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엔 충분했다. 또, 상대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 자아내는 유리 도시도 돌아보게 되었다. 벌써 평양과학기술대학을 설계한 이형재님의 다음 영추포럼이 기대된다.

글 황두진건축 손주휘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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