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영추포럼(130110) 후기: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안창모
그 첫 강연이었던 안창모 교수님이 풀어놓으신 평양의 건축과 도시에 관한 이야기는 올 한해 영추포럼의 문을 열기 적절한 이야기였다. 직접 찍어 오신 평양의 사진들과 평양이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얽힌 다양한 층위의 역사적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들, 조금 더 들여다보았으면 고개를 끄덕거렸을 이야기들이 나에게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여러 겹의 색안경을 꼈었는지, 슬라이드 한장 한장에서 깨우침의 희열과 동시에 그 동안의 배움에 대한 배신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평양의 이미지는 카키색 군복을 입은 수천 명의 군인이 공산주의 국가 특유의 발걸음으로 행군하며 그들의 국가 주석에게 경례하는 장면으로 귀결되었다. 정작 그들이 행군하는 광장의 중앙에 시민을 위한 도서관이 있고, 그 주위를 미술관, 박물관이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 채. 우리의 세종로 광장이 대기업의 빌딩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어쩌면 자본주의 국가인 우리와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의 수도가 가지는 당연한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도시와 건축은 사회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 준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같이 생산하여 나누어 쓰는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한 국가의 수도로 평양을 바라보니 이보다 더 흥미로울 수는 없었다. 지역지구마다 하나의 완성된 생활권을 가진다. 생활의 많은 부분을 공공의 차원에서 해결한다. 공산의 개념과 전쟁의 경험으로 땅을 빽빽하게 채우지 않고, 그렇게 비워진 공간은 녹지로 채워진다. 공공건물이 훨씬 더 화려하고, 신경 써서 완성되었고, 그러면서도 옆 건물 보다 튀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만큼 경쟁이 요구되는 곳이 아니기에 그렇다.
건물 디자인은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안착하였다. 현대의 박스 건물들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쓰던 디자인 어휘들이 사용되었다. 기와지붕을 얹은 콘크리트 건물들이 해방 이후 평양에 지어져 왔다. 시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동시에 쉽게 선동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배불리 먹게 된 다음에야 전통을 찾기 시작한 우리보다 훨씬 먼저 전통에 대한 실험들이 있었고, 그런 측면에서는 우리가 도달하지 못한 완성도 있는 건물들이 지어졌다.
우리는 자본주의의 길을 선택했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적인 행보를 걸어왔기에, 공산주의를 부정하며 나쁜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여전히 안보를 위해서 경계해야 할 대상이지만, 이제는 다른 시스템을 가진 나라 정도로 객관적으로 바라봐도 좋지 않을까? 이번 영추포럼에서 평양의 모든 면을 봤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자신도 모르게 쓰고 있는 색안경을 벗고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엔 충분했다. 또, 상대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 자아내는 유리 도시도 돌아보게 되었다. 벌써 평양과학기술대학을 설계한 이형재님의 다음 영추포럼이 기대된다.
글 황두진건축 손주휘 대리
- 105 . 관리자
-
2014 영추포럼: 정밀과 정확 Precision & Accuracy
2013 12 24
- 104 . 관리자
-
제58회 영추포럼(131114) 후기: 국제관계학 박사 조영서
2013 11 19
- 103 . 관리자
-
제58회 영추포럼-국제관계학 박사 조영서(2013년 11월 14일 19:00)
2013 10 16
- 102 . 관리자
-
2013 10 15
- 101 . 관리자
-
제57회 영추포럼-성악가 신은미(2013년 8월 29일 19:00)
2013 08 16
- 100 . 관리자
-
제56회 영추포럼(130711) 후기: 북한자료센터장 송승섭
2013 08 16
- 99 . 관리자
-
제56회 영추포럼-북한자료센터장 송승섭(2013년 7월 11일 19:00)
2013 06 14
- 98 . 관리자
-
제55회 영추포럼(130530) 후기: PRAUD 임동우 소장
2013 06 14
- 97 . 관리자
-
제55회 영추포럼-PRAUD 소장 임동우(2013년 5월 30일 19:00)
2013 05 02
- 96 . 관리자
-
제54회 영추포럼(130314) 후기: 정림건축 사장 이형재
2013 05 02
- 95 . 관리자
-
제54회 영추포럼-정림건축 디자인 프린스펄 이형재(2013년 3월 14일 19:0...
2013 02 01
- 94 . 관리자
-
제53회 영추포럼(130110) 후기: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안창모
2013 01 25
- 93 . 관리자
-
제53회 영추포럼-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안창모(2013년 1월 10일 19:00...
2012 12 26
- 92 . 관리자
-
2012 12 18
- 91 . 관리자
-
제52회 영추포럼(121122) 후기: 제니텀 대표 김희관
2012 12 18
- 90 . 관리자
-
제52회 영추포럼-제니텀 대표 김희관(2012년 11월 22일 19:00)
2012 10 15
- 89 . 관리자
-
제51회 영추포럼(120906) 후기: 임태희 디자인 스튜디오
2012 09 14
- 88 . 관리자
-
제51회 영추포럼-임태희디자인스튜디오(2012년 9월 6일 19:00)
2012 08 14
- 87 . 관리자
-
제50회 특집 영추포럼(120712) 후기: 건축가 황두진+건축가 조남호, 건축전...
2012 07 31
- 86 . 관리자
-
제50회 특집 영추포럼-건축가 황두진+건축가 조남호, 건축전문기자 구본준(2012...
2012 07 02
- 85 . 관리자
-
제49회 영추포럼(120510) 후기: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슬기와 민' 최성...
2012 07 02
- 84 . 관리자
-
제49회 영추포럼-슬기와 민(2012년 5월 10일 19:00)
2012 04 13
- 83 . 관리자
-
제48회 영추포럼(120308) 후기: 건축구조디자이너 황경주
2012 03 29
- 82 . 관리자
-
제48회 영추포럼-건축구조디자이너 황경주(2012년 3월 8일 19:00)
2012 02 17
- 81 . 관리자
-
제47회 영추포럼(120112) 후기: 오피스박김 조경건축가 박윤진 김정윤
2012 02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