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jin Hwang Architects

제49회 영추포럼은 2012년 <α+건축>시리즈 세 번째 시간으로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슬기와 민’을 만났습니다. 최성민 대표께서는 '사선의 두께(The Width of the Oblique Stroke)'라는 주제로 ‘슬기와 민’만의 디자인에 대한 태도와 철학을 차분하게 들려주었습니다.
 
스스로를 정의내리거나 디자인/미술/출판 등의 영역 안에 가두는 대신 그 경계선의 내부를 활보하며 매번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에 대해 하나씩 새롭게 정의해가는 슬기와 민의 이야기는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네덜란드 얀 반 아이크 아카데미의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하는 과정 중 발생했던 복잡다단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대한 일화가 마치 저희 일상 속 건축 프로세스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슬기와 민은 매 프로젝트마다 이전의 것을 반복하거나 기존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앞에 놓인 대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관찰하고 관계를 정의합니다. 그리고 나서 그 작업 자체에 깊숙이 침투하여 반응하며 나아갑니다. 그렇기에 슬기와 민의 작업은 매우 입체적인 구조를 띄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당히 지적인 프로세스를 밟으며 작업을 함에도 불구하고 슬기와 민의 그래픽 디자인은 대체로 경쾌한 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슬기와 민의 작업에는 편집에 대한 강박이 느껴지지 않고 가만히 보다 보면 그들의 유머러스한 시선도 느껴집니다. “이 세상에 금지해야할 글자는 없다.”고 최성민 대표는 말합니다. 디자이너로서 결과물을 다듬는 기술적 재미를 포기할 수 없지만 큰 맥락 안에서 활자의 크기, 종류 등에 집착해서 세세하게 따지지는 않기에 그 너머의 세계를 발견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경계의 사선 안으로 들어가 줌인, 줌아웃을 반복하며 때로는 미시적으로 때로는 거시적으로 다차원의 세계를 관통하는 슬기와 민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 봅니다.
 
글 황두진건축 임근영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