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jin Hwang Architects

모든 해답은 역사 속에 있다.

황선민 대표의 강연은 쥘 베른의 소설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19세기에 활동한 작가 쥘베른은 당시에 생각조차 못했던 과학기술들을 해저 2만리, 80일간의 세계일주 등의 소설에 담아내었다. 그때는 말도 안 되는 것처럼 인식되었던 책 속의 기술들은 현재 우리 삶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요소들이 되었다. 19세기에 이미 21세기의 문명을 그의 책 속에 서술하였던 쥘 베른의 진보적 생각은 이름에서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듯이 아웃도어 브랜드 '베른'의 바탕이 되었다.

황선민 대표는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이미지와 컨셉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해주었다. 브랜딩에서의 이미지는 상대방이 자신을 보는 모습이고 컨셉은 자신이 상대방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며, 이미지와 컨셉이 일치하면 성공한 브랜드로 평가 받는다고 했다. 자연스레 아웃도어 브랜드 '베른'의 진보는 어떻게 제품개발 및 생산에 반영되어 있는 지 궁금해졌다. 황선민 대표는 PYTHA라는 텐트 제품 개발을 예로 들었다. 공간 구획을 위한 면의 최소 단위인 삼각형에서부터 제품 구상을 시작하였다고 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삼각형 면으로 구성된 텐트 'PYTHA'를 개발하게 되었다고 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 관련 내용이 칠판 가득히 채워져 있던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과거의 발견에서부터 시작하여 기존의 텐트와 차별화되는 제품을 개발한 사례를 통해 역사와 진보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 지를 볼 수 있었다.

황선민 대표는 한때 골동품 랜턴들을 수집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수집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다른 수집가들과 차이가 있었다. 초를 사용하던 시대에 기름을 활용한 랜턴은 수십 개의 초를 사용하여야만 확보할 수 있는 조도를 랜턴 하나로 대체할 수 있었다. 수십 개의 초에 불을 붙여야 하는 번거로움도 피할 수 있었다. 지금은 골동품처럼 보이는 물건들이 그 당시에는 혁신적인 제품이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과거로부터 진보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황선민 대표의 시각을 접할 수 있었다.

아웃도어 브랜드 ‘베른’이 한국 브랜드로서 다른 나라 아웃도어 브랜드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에대한 이야기도 흥미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디자인을 하는 모두가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황선민 대표도 한국적인 제품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직 제품화가 되지 않았지만 제품에 한국적 감성을 담아내는 노력도 하고 있었다. 한국적 문양과 장식을 고안한 제품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 브랜드 고유한 문화를 담아낼 수 있는 제품을 개발 및 생산해 내는 것이 목표라고 하였다.

쥘 베른에서부터 시작하여 브랜드, 아웃도어, 제품개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강연이어서 아웃도어에 대한 강연을 기대하고 온 사람들에게는 다소 혼란스러웠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와 진보적 결과물의 시작은 과거에 대한 통찰에서부터 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글 황두진건축 강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