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jin Hwang Architects

우리나라 인구 열에 아홉은 도시지역에 살고 있다고 한다. 나도 그중의 하나로, 도시에서 태어나서 자라왔고 또 도시에서 일하며 살아가고 있다. 대도시가 갖추고 있는 문화시설과 여가시설이 수없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정작 내 삶에 힘이 되는 것을 떠올려보면 출퇴근길에 마주치는 인왕산과 북악산 자락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순간이라든지,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본 하늘의 푸르름을 느끼는 순간들이다. 자연 속에서 자라지 않았음에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이를 즐긴다는 것은 나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주말이면 산으로 바다로 자연을 좀 더 가까이 즐기려는, 흔히 말하는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캠핑, 카약, 스노우보드, 자전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을 즐기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연히 우리 조상들은 자연을 어떻게 즐겼을까 궁금해진다. 이번 영추포럼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답을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올해 영추포럼의 시작을 열어주신 안대회 선생님께서는 그동안 연구한 시와 그림을 통해 그 시대의 사람들이 자연을 바라본 태도를 풀이해주셨다.

겸재 정선의 <압구정> 그림 속 한강변을 따라 위치한 정자들을 보고 있자니, 좋은 경치를 즐기고자 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옛사람들은 정자를 지어 그곳에서 경치를 즐기겠다는 마음과 동시에 강 위에서 배를 타고 바라보일 경치까지 고려하여 위치를 정하였다는 것이 엿보였다. 다시 말해 단순히 전망이 좋은 곳에 건축을 하는 것이 아닌, 자연이라는 큰 그림 안에 들어갈 하나의 대상으로서 건축을 했다는 것이다. 그림 속 한강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려는 아파트로 가득한 지금의 한강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안타깝고 새삼 건축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과거에 여흥의 기능을 하는 정자건축이 이뤄지게 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었다. 좋은 풍경을 접한 사람들이 이를 시로 노래하고, 그 공간을 묘사하는 많은 시를 접한 이들이 또 그곳을 찾아 그림으로 남기고 나면, 그다음에는 누군가가 그곳에 정자나 집을 짓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또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도시의 변화과정과 흡사하다는 인상을 받게 되었는데, SNS를 통해 어떠한 공간에 대한 글, 인증사진 등을 남겨 특정 장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어김없이 자본에 의해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과 다름이 없는 것 같다.

안대회 선생님의 강연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자연을 즐겨왔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고, 앞으로 옛시와 그림을 접하게 되면 재미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글 황두진건축 전소현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