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jin Hwang Architects

어쩔 수 없이 건축 이야기를 하게 되면 다른 일을 업으로 하는 읽는 이들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겠지만... 벽돌을 한장 한장 그려가다보면 ‘벽돌과 벽돌 사이의 줄눈을 10㎜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11㎜로 계획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 ‘타공판의 파이와 피치는 어떤 ㎜치수를 가질 때 가장 예쁘게 보이고 건물 전체와 어울릴까?’ 와 같은 남들이 보기에는 정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법한, 그런 쉽고도 어려운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런 일들을 하다 보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스스로 빠져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집착에서 따라오는 성과에 남모를 희열에 빠지기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작은 고민들이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에도 변함없다. 아주 작은 요소들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이 건물은 이런 미세한 부분까지도 신경 썼어!’ 라는 자기만족감. 이태리 구두와 시계의 장인들도 이런 생각으로 일을 할 것이라는 자기위안. 그리고 결국 이런 명품은 후대에 가더라도 인정받을 거라는 약간의 몽상까지.

김형진 디자이너의 영추포럼은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지금까지 내가 느끼고 생각했던 이런 고민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서체 그리고 글자의 자간과 높이에 따른 문장과 문장의 변화. 그런 문장이 엮여서 만들어지는 문단과 문단의 미세한 연결에 의한 한 페이지의 오묘한 변화. 그리고 그렇게 디자인되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묶여서 탄생되는 완성도 높은 책. 그 과정이 얼마나 고되고 어려울지는 디자이너의 발표 자료만을 보더라도 그 고민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김형진 디자이너도 때로는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도 역시 사람의 눈으로 구별할 수 없는 영역이라 하더라도 그런 미세한 차이들이 좋은 책을 만들어내는 요소라 믿고 있기에 그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작은 것이 큰 것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글 황두진건축 최유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