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jin Hwang Architects

2014년 영추포럼의 주제인 <정밀과 정확 Precision & Accuracy>은 각 분야에 대해서 섬세하지만 확고하게 기반을 다져온 사람들 혹은 그 분야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고 있다. 그 이야기로 만들어가는 책의 세 번째 장은 서울대학교 철학과 이석재 교수가 채웠다. 모든 분야에서 ‘정밀과 정확’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말과 함께 그는 자신이 몸담은 ‘철학’이란 분야에서의 ‘정밀과 정확’에 관해서 얘기하고자 했다.

이석재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9년간 교수직을 수행하였고, 세계적으로 저명한 로저스 상의 제2회 수상자이다. 그러한 그가 가져온 <정밀과 정확> 3번째 장의 주제는 ‘엄밀한 학으로서의 철학: 철학자가 추구하는 엄밀함은 어떤 것인가?’였다. 이 주제를 통해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철학에서의 <정밀과 정확>은 어떤 것일까.

그는 먼저 논리학에 대한 질문으로 이야기의 운을 떼며, 철학이라는 학문은 진리를 좇는 학문이고, 그렇기에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보편적인 한 가지 방법이 논리학이라 자답했다. 동시에 논리학에 대한 여러 예시를 들며 논리를 이루는 논증이 좋다면 최초에 가지고 있었던 전제에 따라서 참과 거짓이 전제의 그것에 따라간다고 했다. 즉,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진리’는 좋은 논증으로 보존될 수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로 그가 들려주고자 하는 얘기는 예외에 대한 것이었다.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예시로 끌어와 예외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의 얘기로는 논증 자체가 좋은 논증이라면, 그 전제를 부정함으로써 전체를 부정할 수 있고, 그 부정은 인간의 본성과 같이 정해지지 않고 모호한 것을 이용하는 등의 알아차리기 힘든 오류를 사용하여 의도적으로 나쁜 논증으로 만들 수 있다.
이어서 그는 철학이 오류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보였다. 이번에 그는 데카르트의 회의주의를 주 예시로 하여 소크라테스의 변론에 대한 오류를 짚어냈다. 회의주의는 모든 것에 대해 회의적으로 바라보기에 모든 전제와 논증 과정 하나하나를 따져봄으로 인해서 탄탄한 기초를 찾고, 오류를 다시 생각해보거나 극복해나가는 방법의 하나로 사용되었다.
그의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는 철학을 지금까지 나왔던 역사적으로 유명한 철학자들이 말하는 학문으로서의 영역에서 일반생활 수준으로 불러와 일상에서의 철학에 대한 얘기로 마무리 되었다. 그는 이조차도 논증으로 만들어 보였다. “잘 살려면 제대로 알아야 하고, 제대로 알려면 따져 보아야 한다. 대충의 앎이 아닌, 정말로 제대로 된 앎이 있어야 제대로 살 수 있다. 남에게 맡기기에는 가치, 앎, 삶 등이 너무나 중요하다. 그렇기에 앎의 영역을 남에게 맡기지 말고, 직접 따져보자. 그렇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갖추고 따져보는 일”이라고 얘기하며 2014년 영추포럼의 3번째 장을 닫았다.

철학에서의 <정밀과 정확>을 얘기하는 것과 동시에 이석재 교수는 자신의 모습 자체에서 영추포럼의 이번 해 주제를 보이고 있었다. 그가 포럼을 진행하는 방식은 시종일관 간결하고 확연하게 중요한 모든 단어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정의는 논리에 따라 논증을 만들고 각 논증은 예시로 단단하게 다져졌고, 그렇게 쌓인 논증은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하게 그가 만든 진리를 보존하여 우리에게 주어졌다. 그런 진행방식을 통해서 그가 하는 철학에 대한 얘기가 그의 행동과 말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스스로 정밀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다듬어온 사람다운 모습이었다.

글 황두진건축 김준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