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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영추포럼(140313)후기: 미디어아트 그룹 장민승+정재일

2014 05 07
지금 이 시간, 여기 이 장소, 바로 이 사람: 장민승+정재일 미디어아트 그룹

2014년 영추포럼 대주제인 <정밀과 정확 Precision & Accuracy> 기획은 창작과 연구 등 각 영역에서 보이지 않는 이면까지 섬세하게 작업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주목하면서 시작한다. 정확한 결과물은 정밀한 과정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과정에서의 정밀함과 결과로서의 정확함은 서로 연결된다. 완성도가 뛰어난 작업이나 연구는 결국 디테일이 남다르다.

제60회 영추포럼은 정재일+장민승 미디어아트 그룹을 초대하여 평소와 다른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한다. 조형예술가인 장민승과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정재일은 미술과 음악 각 영역에서 다양하게 활동하는 아티스트다. 2009년부터 두 사람은 보기와 듣기를 통해 관람자에게 공감각적 장소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다.

포럼이 시작되기 전:
커다란 그랜드피아노가 목련홀로 들어온다. 바쁜 일정으로 움직이는 설계실의 디자이너도 나와서 피아노 옮기는 일을 돕는다. 설치하러 오신 분이 피아노가 통과하기엔 계단과 천장 사이 간격이 좁을 것 같다고 고개를 갸웃거리신다. 줄자를 가져다 재보니 겨우 1cm 여유가 있을 뿐이다. 피아노는 어렵게 목련홀에 설치된다. 그리고 조율하시는 분이 다녀간다. 장민승+정재일 작가는 두 시간이나 일찍 도착하여 장비를 설치하고 리허설을 한다. 영상 시퀀스와 음악을 조율하며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진다. 그러다 빈 의자만 있는 공간에 피아노 연주가 들린다. 그런데 갑자기 내게 아주 익숙한 음악도 흐른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나는 이 곡을 좋아해서 아침이나 저녁 각기 다른 연주자의 음반 서너 장을 상황에 따라 선택하여 듣곤 한다. 이번에는 새롭게 정재일의 연주를 잠시 듣는다. 두 사람이 만드는 프로젝트는 그때 그 장소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장소 특정적인 작업이다. 프로그램에 있는 연주도 아니고 관객을 위해 보여주지 않았으나 나는 보고 듣는다. 익숙한 장소와 음악을 새롭게 경험한다. 지금 이 시간, 여기 이 장소, 바로 이 사람들을 기억할 우연한 순간이 지나간다.

목련원, 장소 특정적 작업을 보여주는 새로운 시간과 장소:
이번 영추포럼은 옛 기무사사령부 터에서 열린 플랫폼 인 기무사(Platform in Kimusa), 하나의 건물에서 장소의 범위를 더 넓혀 지역으로 연결한 문래동 공공미술 프로젝트(Spheres part 1 in mullaedong),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개최한 더 모먼트(The Moments) 전시, 함양 상림(上林) 공공미술프로젝트인 소리 산책(Spheres Sanglim-Sound walk) 까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진행한 작업을 여기 목련원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재생하고 재연(Play & Replay)하는 시간이다.

포럼은 최근 작업인 <상림> 영상을 함께 보면서 시작한다. 상림은 함양에 있는 오래된 숲이다. 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숲이라고 하니 이미 천 년의 시간이 흐른 숲, 사람이 만들었으나 탈인공화된 자연이다. 특수 장치를 이용하여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시점에서 촬영한 숲이 음악과 함께 흐른다. 놀랍다. 영상 속 원시림 같은 모습은 새의 시점으로 천년 동안 처음 보는 상림, 새로운 시각적 체험이다.

처음에 두 작가는 갤러리팩토리 <상림> 라운드프로젝트를 시작하며 함양에 간다. 그런데 그곳에 이미 너무 많은 것이 설치된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사람의 눈높이에 있는 것은 대부분 흉하다는 것도 발견한다. 그렇게 대부분 공공미술은 보여주기 위해 물질적인 것을 남긴다. 두 사람은 아무것도 만들지 않는 최초의 공공미술을 해보기로 한다. 먼 곳에서 긴 시간 동안 작업하는 것보다 지역 의회나 주민들에게 결과물이 나오는 과정을 이해시키는 것에서 더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다 함양 지역 청소년들로 구성된 ‘다볕 청소년 관악단원’을 만나면서 사람을 통해 희망을 보게 된다. 청소년 관악단원 구성원들은 서로 이웃의 아는 형, 누나, 동생이다. 그들은 실력이 있어도 영화 미션 주제곡 같은 한정된 레퍼토리를 연주할 뿐이다. 여기에 <상림> 소리 산책 프로젝트를 통해 두 작가는 다섯 곡의 음악과 그에 따른 영상을 만든다. 이 중 상림의 노래(The Song)와 상림의 편린(Fragments)은 다볕 청소년 관악단원이 상림에서 연주한 것을 자연의 소리와 함께 고스란히 녹음한 뒤 따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성인 오케스트라의 현악 부분과 정재일의 피아노 연주를 합쳐 완성한다. 여러 소리의 겹이 섬세하게 만난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곡은 상림의 동선에 따라 뮤지엄 오디오가이드 같이 각 지점에서 음악을 자동 재생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음악과 상림이 만나면 자연의 소리는 천연 사운드트랙이 되어 감상자가 느끼는 그 순간마다 다른 체험을 하게 된다. 또한, 함양에서 멀리 있는 사람도 시간과 장소를 떠나 영상과 음악은 언제든지 각자의 휴대폰으로 침실에서도 숲을 끌어올 수 있기도 하다.

플랫폼 인 기무사(Platform in Kimusa)는 특정한 건축물을 위한 작업이다. 현재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들어서기 전 기무사령부 건물이 헐리기 전 있는 그대로의 건물에 머물며 음악을 만든 것이다. 완성한 작업은 건물은 손대지 않은 채 그곳에 있던 형광등만 갈아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바꾸고 건물 모든 방을 밀폐형 공명통으로 만든 점이 인상적이다.

문래동 공공미술 프로젝트(Spheres part 1 in mullaedong)는 그 지역이 가진 고유의 소리와 음악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듣는 프로젝트다. 밤에는 공장 기계가 무인으로 돌아가는 그곳에서 나는 소음과 음악이 섞이는 것이다. 음악도 아니고 사운드도 아닌 것이 섞이기도 해서 독특한 소리를 체험하는 문래동 <스피어스> 프로젝트는 물리적으로 무엇을 만들지 않아도 그 지역과 공간이 가진 소리 풍경으로 장소를 특별하게 경험하게 한다.

더 모먼트는(The Moments)는 2012년 겨울 원앤제이갤러리에서 열린 전시다. 그 장소, 그 시간이 아니고는 경험할 수 없는 이 지난 전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소셜 미디어에서 그 감동을 가끔 소환하고 그게 눈에 들어온다. 그런 장면을 몇 번 목격하고는 호기심이 생기고 전시를 놓친 것이 내내 아쉽다. 이번 영추포럼에서 정재일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고 장민승은 그의 뮤즈와 눈을 맞춰가면서 더 모먼트에 관한 이미지를 조율한다. 목련원은 60여 명의 사람들로 꽉 채워져 리허설 때의 공간과는 또 다른 어쿠스틱을 만들어 낸다. 사진, 영상, 음악이 섬세하게 조율되고 제어된 빛 속에서 한 사람씩 들어가 관람하는 전시, 그때의 시간과 장소는 놓쳤지만 아쉬움은 여기에서 다르게 채워진다.

함양으로 갑자기 떠난 여행:
포럼이 있었던 주말 갑자기 함양으로 향한다. 순전히 장민승+정재일의 상림 작업을 영추포럼에서 접한 후 그 감흥을 이어 즉흥적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아마도 함양 상림은 완연한 봄이나 녹음 우거진 여름 혹은 붉게 물든 가을 숲이 더 아름다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포럼의 감흥을 이어가기에 지금, 이른 봄은 오히려 가장 여행하기 좋은 바로 그때다.

함양에 도착하여 오후 산책을 시작으로, 해가 진 후 달밤과 이른 아침 산책까지 각기 다른 시간의 상림을 걷는다. 햇볕에 따라 숲은 다르다. 오후의 편안한 햇살 속의 숲, 마침 보름달이 뜬 밤의 숲, 그리고 아침의 상쾌한 공기와 새소리로 가득한 숲에서 듣는 소리 산책(Spheres Sanglim-Sound walk)은 각기 다른 경험이다. 상림을 일상적으로 산책하는 사람이나 여행으로 처음 숲을 걷게 되는 사람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은 각기 다른 공감각을 체험하는 정밀한 기폭제가 된다. 함양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영상과 함께 <상림의 노래>를 다시 듣는다. 그 장소를 떠나 몸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데 공간이 사라진 가운데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음악은 함양을 깊이 각인시킨다.

두 사람의 작업은 단순히 다른 영역이 만나는데 머물지 않고 새로운 시너지를 일으킨다. 작업을 완성하는 보이지 않는 이면의 섬세함은 한 사람이 정밀한 작업을 해서 건네면 다른 한 사람이 정확하게 만들어내는 마음 잘 맞는 사람과의 대화 같은 것이 아닐까.
특히 공공미술프로젝트에서조차 눈에 보이는 어떤 물질적인 것도 남기지 않으면서 그 장소에 대한 경험과 기억을 특별하게 한다는 점이 탁월하다. 이 특별한 공감각적 장소 경험은 오래도록 나의 기억과 감정을 소환할 것이다.

글 황두진건축 홍수영 오피스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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