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jin Hwang Architects

이번 영추포럼이 내게 남긴 두 단어는 “시간”과 “남겨진 것”이었다.

“의, 식, 주” 중에서 다른 요소들에 비해 “주”는 우리가 직접 다루는 것이 아닌 경험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규모나 재질의 문제도 있겠지만, 시간도 큰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건축은 다른 두 요소보다 시간을 안을 수 있는 길이가 길어 직접 다룰 수 없는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코어건축의 세 건축가들은 건축이 안고 있는 시간을 숨기거나 자르고, 붙이기도 하면서 그곳에서 원래부터 있어왔던 것을 인정하고 이 특성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시간을 단정하지 않고, 바꾸려고 하지 않고, 없애려고 하지 않으면서 그 속에 남겨진 것을 코어건축, 스스로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로 건축이 경험을 부여하는 대상만이 아니라 동시에 다뤄지고 있는 대상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던졌다.

세명의 각 강사는 하나씩의 꼭지를 맡았다.

그 첫 번째로 시간을 숨긴 건축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며 시작했다. 서울에 위치한 관청, 다세대주택 등의 건물이 세월이 지나 관계 맺는 사람의 요구가 변하자 그에 맞추어 형태를 바꾸었다. 그 결과 기존의 건물은 처음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완벽히 다르지만 변화하는 도시에 녹아들 수 있는 모습들을 갖추게 됐다.

두 번째는 연구를 통해 길러진 안목을 이용하여 시간을 자르는 작품이었다. 유종수 소장님은 오래된 한옥이 가지고 있던 영역의 일부를 잘라 철골구조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기존의 것을 가리거나 없애지 않고 접붙임으로써 이질적인 요소가 주변에 녹아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계획된 작업이었다.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시간을 붙여내는 계획안이었다. 양남시장 재개발 계획안을 새롭게 조성되는 대지에 기존에 쌓여있던 사람들의 요구와 행위들을 붙여내서 양남시장의 사용자와 도시를 연결시켜주고자 하는 제안이었다.

코어건축의 유종수, 김빈, 정다은 세 건축가들이 말하는 건물과 도시에 씌워져 있던 시간을 덜어내고 남은 자체를 들여다보고 그것에 담겨있는 의미 있는 것들로 다시 자신만의 시간을 돌려준다는 얘기가 인상 깊었다. 앞으로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도시의 건축을 코어건축의 젊은 건축가들이 어떻게 읽어내고 덜어내며 다시 써서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글 황두진건축 김준홍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