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jin Hwang Architects

지금은 사진이 모두에게 익숙하고 다양하다. 사진들이 많을수록 뛰어난 ‘작품’은 더욱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그렇게 작가들은 넘쳐나는 사진더미에서 확고하게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그 영역은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김용관 건축사진작가는 자신이 찍은 많은 사진자료들을 통해 평범과 비범의 영역을 자유롭게 오가며 2016년 영추포럼 3번째 꼭지를 편하게 풀어내주었다.

길을 가다 하늘을 보고, 식사를 하기 전에 음식을 보고, 심지어 글을 읽다가도 우리는 카메라를 꺼내 든다. 자연스레 대상을 바라보고 마음에 담고 기록한다. 그렇게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관찰자가 되고, 기억을 사진으로 남긴다. 하지만 바라보는 방법이 다르기에 같은 대상은 있어도 같은 사진은 없다. 다른 이들이 찍은 사진을 보며 항상 내가 궁금하던 것은 사진 뒤의 이야기였다. 언제나 나와는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궁금했다. 어떻게 사진으로 남길 생각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사진을 찍는지 그리고 사진을 찍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 이번 영추포럼은 시작 전부터 사진 이면에 대한 목마름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주었다.

이번 강연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사진을 찍기로 결정하는 순간에 대한 것이었다. 김용관 작가는 언제 사진을 찍어야겠다 라고 계획을 잡는 것보다 사진으로 남기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 찍은 것이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진에 담고자 하는 것이 생기고 그것을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그려보면 최고의 상태를 담아낼 수 있는 날이 왔고, 그 시기가 왔을 때는 반드시 놓치지 않고 어떻게든 찾아가서 사진을 찍었어야만 했다고 한다.

그에 대해 2가지 경험을 예로 들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첫 번째는 서울시청사 촬영이었다. 서울시청 촬영 의뢰를 받은 것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때였지만, 시기를 기다리다 그 해 첫눈이 내리던 날 새벽에 서울시청을 찍어야겠다고 결심을 한다. 결심을 하자마자 바로 서울시청이 내려다보이는 건물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이타미 준이 설계한 제주도의 전시장이 두 번째 예였다. 제주도의 전시장은 촬영의뢰가 들어온 것도 아니었지만 그는 폭설이 쏟아진 날 문득 사진을 찍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동료와 함께 폭설로 인해 대부분의 항공이 취소된 와중에 겨우 표를 구해 제주도로 간다. 제주도에서도 차량통행이 불가능해서 장비를 직접 들고 촬영장소까지 걸어간다. 촬영장소에 도착해서도 사진 속에서 눈이 밟힌 모습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30분을 돌아서야 최종적으로 자리를 잡고 셔터를 눌렀다.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의 끈을 놓지 않고 부단히 사고했기에 대상이 머리 속에 새겨져 있던 꾸준함에,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이 기회인줄 것을 알고 사진을 찍으러 떠나는 판단력과 결단력에, 마지막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사진을 찍어내는 행동력에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사진 이면에 대한 생각을 프로로서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통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이번 포럼은 사진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나 가치 혹은 촬영방식 보다는 촬영하는 사람으로서의 김용관 작가 자신의 태도에 대해서 집중하는 자리였다. 그렇기에 강사와 청중간에 질문을 던지고 답하기엔 부족함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오히려 사소한 것이라도 청중들, 각자의 사진에 대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충분히 유쾌하고 청중 스스로의 태도를 되묻는 자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강연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일상에서 나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될 것 같아 기대된다.

글 황두진건축 김준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