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jin Hwang Architects

올해 영추포럼 '밤의 도서관' 두번째 시간이다. 사실 김성욱 영화평론가에 대해서 평소에는 잘 몰랐다. 하지만  '영화'라는 단어는 근거없는 허세감을 부추기며 괜히 심각해지고 싶고, 진한 커피를 마시며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그런 주제다. 특히 이번 포럼의 한 꼭지를 채우는 '장 뤽 고다르'라는 감독은 그런 허세적 대화를 제법 그럴싸하게 채워 줄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했다.


고다르의 <영화사>라는 짧은 단편영화 관람으로 포럼이 시작됐다. 짧은 영상들의 연속성 없어 보이는 빠른 장면전환 속에서 중간 중간 나오는 텍스트들의 오버랩들을 해석하기 바빠 30분 정도 되는 상영시간이 매우 짧게 느껴졌다. 꽤나 많은 강렬한 장면들이 있었지만, 그리고 그것들을 이미지적으로 단편적으로 기억할 수는 있었지만, 전체의 하나의 내러티브로 읽어내는 것이 어려웠다. 복습을 통해 알게 된 고다르 영화의 구성방식. 즉, 전통적인 경계를 깬, 콜라주 형식의 장면 구성은 초반 포럼 분위기를 압도 했다. <영화사>라는 작품을 봤다기 보다는 고다르가 구사한 영화적 기법을 잠시나마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김성욱 평론가는 영화가 끝나고 고다르 영화의 소개, 해석과 함께 간단한 통계를 통해 우리나라 영화계의 문제점을 첫머리에 말한다. 한국에는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횟수는 많으나, 그 지표에 가려져 있는 영화 상영의 질적인 문제와 더불어 영화관 규모의 획일성 문제가 있다. 규모의 획일화는 대자본을 기반으로 한 상업영화만을 다루는 멀티플렉스가 우리나라 영화관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에 반해 독립, 공공영화관이 전체적인 수치를 따져 봤을 때 너무 적다는 사실이다.  여러 단체에서 상황적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 '공공영화관'이라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무산된 사례도 언급된다. 단순한 경우를 따져보자면, 어떤 미술관에서 특정 미술작품을 관람하는 행위의 다양성에 비하면, 영화를 관람하는 방법과 종류는 많이 제한적이고 우리 스스로도 그 상황에 많이 매몰되어 있는 것 같다.

시네마테크를 운영하고 있는 김성욱 영화평론가는 그런 상황을 극복하는 대안으로서 미들급 영화관을 얘기한다. 미들급 영화관의 한 종류로서 '시네마테크'는 현재, 과거의 영화들이 그 격차를 넘어서고, 회차 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영화를 상영한다. 다양한 영화를 보존하는 방법은 영화를 기록한 필름 자체를 보관하는 방식이 아닌, 영화를 계속적으로 상영하는 것으로 보존할 수 있다. 이런 보존의 기능을 미들급 극장이 수행할 수 있고, 영화 관람이라는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강연자는 '종족'이라고 표현한다)을 보호 함으로써 다양한 영화가 보존되고 기념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연자는 영화를 같이 본다는 것, 그 자체의 경험적 가치를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강연 중간에 언급된 '쌀롱 분위기'를 갖는 영화관도 재미있는 극장의 형태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

이번 포럼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에 집중했다기 보다는 다양한 영화가 다양한 방법으로 상영되는 극장의 공공적인 가치에 대해서 공유하는 자리였고, 그런 과정에서 강연자는 오히려 물리적인 공간을 다루는 우리에게 더 재미있는 가능성을 되묻는 자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극장이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 그리고 같이 영화를 관람하는 방식에 대해서 재미있는 상상을 많이 할게 될 것 같다.


글 황두진건축 양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