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jin Hwang Architects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영추포럼’ 2017년 첫 회가 1월19일 목련홀에서 열렸다. 올해의 주제는 ‘한국 근현대 건축이라는 텍스트’이고, 그 첫 번째 강연자는 황두진 소장님이다. ‘한국 근현대 건축이라는 텍스트’ 라는 주제가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이유는 본인의 작업에서 텍스트로 생각하는 영역들이 있는데, 전통건축이나 근대의 서양건축들은 우리에게 익숙하고 여행이나 여러 매체를 통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텍스트이지만, 한국의 근현대 건축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가 부족하고 텍스트로써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강의에서는 황두진 소장님이 쓰신 ‘무지개떡 건축’이라는 책의 일부분에 대해서 자세하게 풀어쓴 내용을 들려 주셨다. 강의의 내용은 1940년대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나타난 주거와 상업이 결합되어있는 사례를 통해서 우리의 근현대 건축의 텍스트를 돌아보게 하는 시도였다. 강의의 내용에서 상당히 흥미가 있었던 부분을 이야기 해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건물의 모습과 상업과 주거의 적극적인 결합을 시도한 실험들이었다. 사례로 보여주신 건물 중에 서울역 건너편에 위치한 낡은 상가주택이 있다. 이 건물은 1958년에 지어진 4층 규모의 건물로 1층은 상가로 사용되고 나머지 3개 층과 옥탑은 주거로 사용되었다. 현재의 모습은 건물의 입면보다는 광고를 위한 간판이 차지하는 면적이 더 넓어서 건축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건물이 지어진 당시에는 서울역 광장을 내려다보는 아주 세련된 건물이었다. 다른 사례로 보여주신 동대문 아파트, 효자아파트도 마찬가지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모습을 변화시키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가 이런 점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낡은 건물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시간이라는 것에 숨겨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에 숨겨진 이야기는 정성을 가지고 찾지 않으면 쉽게 보기 어렵기 때문에 더 흥미 있고 소중할 지도 모르겠다. 또, 강의에서 접한 건물들은 그 예전부터 적극적으로 주거와 상업의 결합을 시도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나는 작년 가을에 영등포에 위치한 양남시장 현상설계를 준비하면서, 서울시에서 적극적으로 추천한 사례로 MVRDV의 마켓홀을 살펴보았다. 마켓홀은 입면이 말굽모양으로 생겨서 중심부가 시장이고 주변의 건물이 주거를 담당하고 있는 흥미로운 건물이었다. 강의를 통해서 보면, 이것은 분명 우리의 근현대건축에서 나타나는 시도였다. 하지만 그러한 DNA가 서울의 곳곳에 남아있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이번 강의를 통해서 ‘한국 근현대 건축이라는 텍스트’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추위가 물러가면 우리의 근현대 건축을 직접 찾아가 볼 계획을 세워보며 글을 줄인다.

글 황두진건축 신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