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회 영추포럼(160715)후기: 씨네21 기자 김혜리
<그림과 그림자>는 미술을 좋아해서 썼다기 보다는 미술관을 좋아한 것이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개개의 작품만큼이나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중요했던 것이다. 리버피닉스가 영화 아이다호에서 길의 감식자였다면 김혜리 기자는 공간의 감식자 같은 사람이 아닐까. 휴가조차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잘 쉬어야 하는 강박에 휩싸인 요즈음의 사람들에게 ‘권태’는 오히려 너무 귀해진 것은 아닌가 하고 영추포럼에서 ‘미술관과 나’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던진 질문은 문득 차가운 깨달음을 준다. 해외 출장을 갔다가 잠시 틈을 내어 미술관에 가곤 했던 경험을 들으며 소중하게 권태를 일부러 찾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김혜리 기자가 미술관에서 누려왔던 즐거움은 자유롭게 권태를 발명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 낯선 곳에 있는 사람에게 미술관은 개방적이고도 편안한 곳이기에 ‘모든 외출은 작은 결의를 요하는 모험’이라는 김혜리 기자에게도 미술관에서 자기만의 속도로 머물고 싶은 만큼 그림 앞에 서서 바라보는 것은 안식처로서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많은 시각적 공간적 체험을 하게 되는 미술관에서 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한다. 오디오 가이드를 절대 빌리지 않는 것이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어느새 손을 움직여 수첩에 적고 있는 직업병으로부터 멀리 달아나 ‘권태’ 혹은 ‘자유’를 유지하려는 김혜리 기자가 반대로 열렬한 호기심으로 매료되는 곳이 있다고 한다. 유명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곳은 아니다. 그곳은 바로 거대한 미술관을 움직이는 보일러실이라던가 소장품실 같은 가 볼 수 없는 공간, 비밀의 공간이다. 보이지 않는 곳을 관찰하고 싶어 하는 호기심을 엿보는 순간이다.
에르미따주 암스테르담 분관 입구는 그 규모에 비해 아주 작다고 한다. 그게 오히려 작은 발견의 기쁨을 준다. 마우리츠위스에서는 굉장히 큰 꽃병과 생화가 장식되어 있어 미술관 안에 향기가 따라다니는 공감각적 미술관 체험을 하기도 한다. 약간 시들 때까지 일부러 두어 바니타스를 보여주는 것 같다는 추측을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들으며 가보지 못한 미술관을 체험해 본다.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권태’에 대한 깨달음과 함께 ‘사랑’에 대해 공감한 부분도 있다. ‘나를 바라봐’, ‘내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지?’, 대부분 우리는 그렇다. 김혜리 기자는 말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사랑받느냐’는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얼마나 사랑하느냐’는 덜 중요해지는 것 같다고. 그림에 귀기울이며 쓴 책 <그림과 그림자> 그리고 이번 영추포럼에서 들려준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는 사랑과 공감에 대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림의 기원은 사랑이지 않았나. 등불에 전쟁터로 떠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그림자를 비춰 그리는 일과 같이 <그림과 그림자>와 ‘미술관과 나’에 관한 이야기는 김혜리 기자가 사랑하는 것을 향해 섬세하게 관찰한 기록이다. 사람들이 징그러워하는 뱀을 그린 도르예 커스텐 신노의 <봄날의 쾌활한 뱀>에 대해 쓴 문장을 즐겁게 읽는다. 죽은 개 ‘수지’를 생각하며 개가 등장하는 루치안 프로이트의 <둘의 초상>에 대해 애정이 담긴 글에 대해서는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깊이 공감한다.
본질만이 남은 선명한 그림자처럼 미술관 곁에 다가간 느낌이다. 건축 전시를 보는 것이 어려웠다는 사람이지만 공간의 감식자인듯한 영화 기자가 설계한 미술관은 편안하고 흥미롭다.
글 홍수영 황두진건축사사무소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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